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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Travel/[2007 Nature of Tibet]

티벳 그 일곱번째 이야기 - 자연앞에 인간 없다..

나도 왜인지는 모르겠다..
전날 피곤했는지 모처럼만에 너무나도 푹 잤다..
그러고는 일어나 밥을 먹고..

난 당연하다는 듯이 올라갈 채비를 했다..
그래도 어제 쓰러지셨던 분은 그냥 쉬셨으면 했지만..
가셔야 한단다..

역시.. 우린 인간인 것이다..

어제 올라갔다 내려온 사람들은 다들 피곤했고..
덕분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준비를 했다.. 그래서 10시쯤 출발했는데..
난..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영 발걸음이 무겁다..

아무래도 산에 자주 다니지 않던 사람이다보니 이런 체력 회복도 빠르지 못하다..

카메라는 마음먹고 배낭에 집어넣고는 올라가는데 집중을 했다..
다행히 어제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또 끝이 어디인지 알아서 인지..
어제보다는 수월하게 올라가서 2시쯤엔 하이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보니 안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지난밤 하이캠프에서 지낸 일행 중 한분이 고산증세가 심하시다..
고산증세가 심할때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몸의 중심을 못잡는다..
못먹는거야 당연하고 말이다..

고산은 약도 없다.. 방법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 뿐이다..
하지만 역시 인간인걸..
그래도 나아질 지 모르니 계속 남아있기로 했다..

어제 탈진증세를 보이신 분도.. 하이캠프에 도착하니 바로 고산증세를 호소하신다..

결국 두분 다 하이캠프에서 고산증세를 호소하시며 텐트에 누워계시계 된다..

결국 난 또 고민한다..
"난 대체 왜 여기까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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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캠프는 설산이 시작되는부분 바로 밑에 있으며 온통 자갈밭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 하얀 치즈봉이 왜그렇게도 경이롭게 느껴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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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발대가 다녀오기로 했다..
가서 로프도 깔고 길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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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캠프에 꼽혀있던.. 깃발(?)...... 저렇게 가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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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렌즈는 아직도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 노출부족 아니면 과다이니 원..

어쨌든.. 선발대로 다녀오신 분들에 의하면 저기 바위부분은 로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단다..

때마침 날씨가 안좋아졌고.. 난 등반에서 빠지기로 했다..
간단한 장비 사용법은 익혔지만 아무래도 훈련이 부족하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내가 정상까지 올라가야 할 목적은 잃어버린 후다..
난 그저 다들 이 긴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밤새 고산에 끙끙거리던 분들 사이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텐트가 부족했고..
난 여분의 옷도 없었던 터라..
비와 우박에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침낭에 들어가도.. 추운건 매한가지..

너무나도 화가나고 괴로웠지만.. 어떻게 어떻게 밤은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비와 우박이 섞여가며 내렸다..
등반팀은 이미 올라간 이후이다.. 날씨가 안좋아 어디까지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짐을 챙겨 내려갈 비구니들은 11시 30분에 오기로 했다..
난 비라도 좀 그치면 정리할 생각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10시쯤 됐나.. 갑자기 비구니들이 올라오더니.. 춥다고 빨리 내려가잔다..

말도 안통했지만 다행히 다른 원정대의 중국인이 영어를 아주 약간.. 할 줄 알아..
통역을 해줬다..

이 사람들이 내려가면 텐트 세개와 남은 짐들을 혼자 가지고 내려갈 재간이 없는지라..
30분만 주면 정리하겠다.. 30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더니..

통역을 해주던 사람이 얘기한다.. 불가능하다고 -_-.... 젠장.. 어쩌라고.................

다행히 그쪽 텐트가 여유가 좀 있었는지 비구니들보고 잠시 그쪽에서 쉬라고 한다..

덕분에 난 혼자 얼어가는 손을 비벼가며 짐을 챙기는 수바께 없었다..
그래도 혼자 동분서주 하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비구니들이 나와서 하나 둘 정리를 도와준다..

간신히 짐을 챙기고 보니.. 고산병에 몸을 제대로 못가누시는 분들이 걱정이다..
다행히.. 짐들은 어떻게 다 해결이 됐는데.. 누가 부축해서 내려가??

난 다시 통역을 해주던 사람에게 포터를 몇명 더 쓸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비구니들이 됐다고 그냥 가잔다.. -_-... 아니 되긴 뭐가 돼..

말도 안통하는데 그냥 자기들끼리 끌고 내려가는데 내가 할수 있는게 없다..

그냥 따라가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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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곳의 비구니들은 라싸에서 보던 승려들과는 틀렸다..
순수한 표정에 순수한 행동들..
아무론 조건도 없는 도움들..

이들에게 돈을 주고 포터를 맏기는 것은 그저 그들이 이곳에 있고.. 우리가 이곳에 왔고..
형식적인 일에 불과한 것 같다.. 어차피 이들은 돈이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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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 하나 가누기도 벅찬 마당에 다른사람들을 도와줄 여유도 없어 그저 뒤에서 따라갈 뿐이었다..
우리 일행을 위한 물과 간식거리를 들고 말이다..
카메라를 꺼낼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들의 순수한 표정, 행동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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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늘이 이 친구는 따라왔다.. 기특한 것.. 맨 뒤에서 따라오던 나의 뒤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따라오다가 일행이 쉬면 자기도 누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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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안좋은 일행 중 한명은 배낭을 드는게 불가능하러 생각해서 진작에 뺐지만..
다른 한분은 가능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 다행히 포터 중 한명이 자처해서 대신 들겠다고 해서 맏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들 대단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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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원정대가 올때마다 이런 일을 하는지라 자신들 만의 길이 있다.. 확실히..
가장 좋은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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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내내 난 시중드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일행들이 쉬면 물 들고 찾아다니며 드리고..
괜찮은지 확인하고.. 간식도 조금씩 주고..
우리가 먹을 최소한의 간식 외에는 모두 비구니 들에게 줬다..
엄청 좋아한다.. ^^..

내려오면서 일행중 고산이 심한분은 몸을 제대로 못가누신다..
앉고 일어서는것 조차 자유롭지 않아 그때마다 내가 가서 앉으세요 일어나세요..
뒤로 뒤로.. 이런말들을 하게 되는데..

어느새 비구니들이 내 말을 따라하고 있다.. 하핫..
내가 손짓 발짓으로 뜻을 알려주고 다니 지들끼로 재밌어 죽겠단다..

결국엔 나도 재미들려.. 출발 등의 필요한 말들을 알려주니 잘들 써먹는다..

덕분에 정말 힘들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기분 좋게 내려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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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우리의 간식을 준 대가로 받은 그들의 간식..
뭐... 달고 짜고 그런 맛은 하나도 없는 담백한 빵 같은 것인데..
나름 나쁘지 않다.. 이것 외에도 세가지가 더 있었는데..
그냥저냥.. ^^;;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베이스캠프에 내려오니 감격이 이루 말할수가 없다..
다행히 그 험한 길을 무사히 내려왔으니 다행이다..
감사의 뜻으로 도와준 비구니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약간의 팁과 한국서 가져온 볼팬들을 줬다..

돌아오니 또 안좋은 소식이 있다..
어머니의 증세가 더 안좋아 지셨다.. 다리에도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폐쪽도 안좋다고 하시니 빨리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날씨가 조금 좋아졌나 싶더니 다시 폭우가 쏫아진다.. 직전에 등반팀이 베이스 캠프에 돌아왔는데..

한치앞도 보기 힘들정도로 날씨가 안좋아 결국 다시 돌아올수 바께 없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으련만..

결국은.. 자연 앞에 모두 무릎꿇은 하루였다..

그렇게 다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잠을 청했다..

돌아갈 내일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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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s by 이코다
with Samsung GX10 + d-xenon 18-55 or 55-200 or Pentax A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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